모두에게 배울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발달장애성인 평생교육 프로그램 ‘E-ACOLA(이-아콜라)’를 만나다

입력 2023-11-25 23:36   수정 2023-11-26 12:35

[한경잡앤조이=이진호 기자/이나한 대학생기자] ‘SKY 캐슬(2018)’, ‘일타스캔들(2023)’ 등 대입과 관련한 드라마들이 여러 차례 성공을 거둔 것을 보면 우리나라에서 대학 진학에 대한 열망이 얼마나 큰지 확인할 수 있다. 시청자들은 드라마를 보며 주인공에 공감하고, 입시 제도에는 답답함을 드러낸다. 결국 이런 콘텐츠들의 흥행은 우리 사회가 그만큼 ‘대학 진학’을 당연하고 중요한 요소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대학을 가기 쉽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바로 발달장애인들이다. 발달장애인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교육의 기회를 계속해서 얻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장애 학생들을 위한 중등이후교육(post-secondary education, PSE) 시스템이 매우 부진하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은 장애인들이 스스로 교육 받을 권리를 포기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 사람들이 장애가 없었다면 대학교에 있었을 수 있지요. 고등학교 졸업 이후에도 계속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이화여대 특수교육과 박승희 교수는 발달장애 성인을 위한 교육이 부족하다는 문제에 집중했다. 발달장애인에게 성인 교육을 제공하고 싶었던 그는 2001년, 국내 최초로 발달장애 성인을 위한 대학기반 평생교육 프로그램 ‘발달장애인 지역사회생활 아카데미(E-ACOLA)’를 만들었다. E-ACOLA는 23년째 이화여대 평생교육원에서 운영되고 있다. 박 교수를 만나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평생교육의 의미와 E-ACOLA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먼저 박 교수는 “우리나라는 보통 지역사회 장애인 복지관이나 평생교육관 등에서 발달장애성인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복지관에는 양질의 프로그램이 많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질 높은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ACOLA는 지역사회의 대표적 통합 환경인 대학 캠퍼스를 기반으로 해 발달장애인에게 생산적인 사회 구성원으로 참여하는 데에 필요한 지식, 기술 및 태도 등을 교육한다.

박 교수는 E-ACOLA가 “발달장애인들도 대한민국 구성원으로서 사회에 참여하고, 직장을 가지고, 의미 있는 삶을 이루면서 사는 데 도움을 준다”고 소개했다. 매주 토요일 오전 9시 반부터 3시간 동안 진행되는 E-ACOLA 수업에는 20명의 수강생들이 비슷한 연령의 대학(원)생 자원 활동자들과 수업에 참여한다. 이를 통해 수강생들은 생활연령에 적합한 문화와 대학 캠퍼스 및 인근환경에 대한 경험을 쌓을 수 있다. 또 자원 활동자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사회성 증진의 기회도 얻게 된다.

현재 ‘나의 여가 생활 디자인: 계획과 실행’이라는 주제로 진행 중인 E-ACOLA 34기 수강생들은 가정과 지역사회에서 스스로 선택하고 즐길 수 있는 여가활동의 계획과 실행에 대해 학습한다. 세부적으로는 여가의 개념을 비롯해 여가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과정을 배운다. 성인으로서 사회 흐름을 읽을 수 있도록 시사용어 공부와 신문스크랩도 진행하고 있다. 이밖에 학생들은 특별활동으로 음악치료를 전공한 외부 강사와 반주자가 진행하는 합창수업을 듣기도 한다.

국립현대미술관으로 떠난 외부활동…수강생들의 미적 경험 기회 늘려
E-ACOLA에서는 한 학기 두 번 외부활동을 진행한다. 지난 10월 14일, E-ACOLA 34기가 국립현대미술관으로 나선 외부활동에 동행해 수강생들을 만났다. 미술관에서 만난 수강생들의 얼굴에는 기대감이 잔뜩 서려있었다. 이날 수강생들이 감상한 관람한 전시는 ‘백 투 더 퓨처: 한국 현대미술의 동시대성 탐험기’와 ‘MMCA 현대차 시리즈 2023: 정연두 백년 여행기’였다. 전시를 감상하기 전 강사들은 수강생들을 위해 따로 제작한 전시 팸플릿을 배부하고 간단한 전시 설명을 진행했다. 수강생들은 자원 활동자들과 짝을 이루어 차례차례 전시를 관람했다.



다양한 매체와 장르, 주제를 넘나드는 전시를 체험하는 수강생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작품 설명을 진지하게 읽기도 했다. 수강생들은 외부활동에 대해 “원래도 전시를 관람하는 걸 좋아하는데 친구들이랑 같이할 수 있어서 재밌다”고 말했다. “주말에 집에 있는 것보다 밖에서 활동을 하니 좋다”는 반응도 뒤를 이었다. 약 1시간 동안 작품을 관람한 후 단체사진 촬영을 끝으로 외부활동이 종료됐다.

이날 학생들을 지도한 남승민(이화여대 특수교육과 석사과정생), 이나경(이화여대 특수교육과 석사졸) 강사는 성인기에 들어서면서 교육 체계에서 소외되는 발달장애인들에게 필요한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 기쁘다며, “(E-ACOLA가) 수강생들의 교육활동 뿐만 아니라 사회적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도 굉장히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들은 특별히 기억에 남는 수강생에 대한 일화도 남겼다. 33기 수강생 중 한 학생이 방학기간(7~8월)이 지나야만 E-ACOLA의 새 학기가 시작된다는 것을 알고는 1학기 종강 이후 7, 8월 달력을 뜯어버렸다는 것이다. 강사들은 “우리 수강생 분들에게 이아콜라의 존재감이 얼마나 크고 중요한지 새삼 느꼈다”고 했다.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이 나아가야 할 길
발달장애인이 생애에 걸쳐 교육을 받고 사회의 일원이 되는 과정을 몇 십 년간 고민하고 연구한 박 교수는 마지막으로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발달장애인들의 평생교육이 비장애인들의 것과 특별히 다르지 않아요. 우리의 배움과 성장은 고등학교로 끝날 수 없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최대한 비장애인들과 통합된 상태에서) 성인기에 꼭 필요한 여러 가지 지식이나 기술, 태도 등을 발달장애인들이 계속해서 학습해 나갈 수 있는 기회를 다양하게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에요.”

jinho23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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